[휴지통]ㄱ/잡담

개콘이 망한 이유

Ore_hand 2023. 10. 18. 20:00

엄연히 말하면 개콘이 망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개그의 현실이다

개그콘서트가 망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한국 공중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가 사라진 마지막 '생존자'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망했다기 보다 '멸망'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의 개그가 답이 없어졌다는 이유 중에 하나가

과도한 검열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

 

 

 

한국의 대표 코미디언을 생각해 보자

기성세대는 심형래를 떠올릴 것이다

심형래는 역사적으로도 대단한 캐릭터를 발명해 냈다. '영구'를 말이다.

 

그리고 그 이전 세대는 '이주일'외 많은 개그맨들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이 뭐였나

'슬랩스틱' 즉, 몸개그와 바보스런 말과 행동이었다

 

자신을 낮추고 관객들에게 다가가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사회를 풍자하거나 은연중에 묘사하는 것이 한국의 코미디의 시작이었다

 

 

 

물론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역할을 하는 데는 많은 공을 세웠지만

그 시절의 개그들은 발전하기보다는 그저 이어저 내려왔을 뿐이다

 

해마다 영구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내려왔고

슬랩스틱 또한 그래왔다

 

하지만 몸으로만 웃기겠다.

몸으로 웃기는 게 제일 '직빵'이다라는 확증적인 생각이

너무 지배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요즘은 달라졌나 싶지만 솔직히 그 상황은 더 악화가 된 것 같다

아니면 너무 노잼시기를 많이 겪어서 아예 개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그건 아닐 것 같다

솔직히 한국 개그 프로그램보다 해외 유튜버들이 더 재밌는 걸 보면

내 취향이 한국의 개그들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한국의 개그뿐 아니라 해외의 개그는 정말 다양해서 솔직히 가려내야 하는 문제는 해외가 더 많다

해외는 솔직히 섹드립도 서슴지 않다 못해 거의 장벽이 없는 것 같아서다

 

한국 개그 유튜버들의 문제라고 한다면 '뇌절'에 가까운 주제를 선정한다는 점이다

숏츠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1분 안에 모든 개그를 넣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무리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1만 원을 들고 중고거래를 갔다가 10만 원을 내고 온다던지, 30년 뒤에는 집에서 어떤 소리도 내면 안된다면서 만든 콘텐츠들은 솔직히 풍자를 넘어서서 억지에 가까운 것 같았다

 

 

 

그래서 대체로 숏츠에서 그런 개그들이 나오면 아예 보지 않고 넘기거나 채널추천을 꺼버리기를 반복해서 알고리즘에서 지워버리고 있다

 

소재는 정말 훌륭하지만 솔직히 개그맨들의 급박한 제작환경 탓인지

내용의 참신함은 좋지만 거기에 무리한 살을 입히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뼈대는 공채라고 튼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개그맨 공채가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없어진 부서의 경력인데.

 


 

 

물론 개그콘서트 이외에도 심야에 하는 스탠드 코미디를 방송하기도 했었다

스스로 그 한계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오고는 있다

하지만 역시 '윗 분'들이 문제다

 

사회의 한 부분씩을 짚어 풍자하거나 지적하는 행위 자체를 보고 싶어 하지 않고

또 그 모습 중 일부가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눈치였으니까

 

한번 낙인이 찍히면 그렇게 개그맨과 같이 낙인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에

본인의 행동을 고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사용해서 못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정치권에서의 압박이 가장 문제다

정치의 가장 위가 말이다

 

그리고 더 솔직하게 말하면

진보진형에 비해 보수진형의 정치 '성역화'가 정말 심각하다

 

"국민이 뽑았으니 비난하면 국민의 선택을 모욕하는 것"

이런 이상한 논리로 개그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마치 조선시대의 풍자를 막는 논리에서 전혀 발전되지 않았다

 

 

한국 개그

뿐만 아니라 문화에 있어 풍자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그런데 그런 개그를 막고자 하는 것이 한국을 더 노잼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비약적인가

 

 

 

그럼 이건 어떤가

과거 유명한 사건이다

 

대통령의 말도 아니었지만 언론에서 호도해서 내보낸 한 문장을 개그맨이 대통령의 모습으로 그대로 따라 해서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보수정권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 개그맨을 만나서

오히려 날 따라 하면 인기가 떨어진다고 걱정했다

 

가까운 과거에 문재인 후보자 역시 그 많은 비난성 조롱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였다

 


 

정치풍자는 표현의 자유로써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책적으로 실수나 실패는 용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실패하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이 잘못 설정되는 것을 의미하고

나라의 기둥을 망가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역대 개그를 탄압했던 정권들은

대체로 '근본'도 없는 사람들이 지배했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것에 반응하는 것이 불안했던 것이다

 

근본이 없으니 근본까지 없이 웃기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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