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ㄱ/잡담

의형제가 형제(자매)보다 더 끈끈한 이유

Ore_hand 2024. 1. 12. 22:00

우린 항상 의형제라는 가상의 가족들의 우애를 많이 접해왔다

삼국지의 유비와 관우, 장비의 의형제가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왜 피를 나누지 않은 가상의 가족들로써 세상에 없던 연결고리를 만들고 그들과 함께 큰 일을 했던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아버지나 부모들은 내 가족들에게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고민이 있어도 가족들에게 하지 않고 사회에서 만난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고민이든 자잘한 이야기까지 하곤 했다

나 역시도 내 가족들에게 내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털어놓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고민거리가 있다고 이야기하면 그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민을 가진 사람이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다. 왠지 MBTI 사고방식과 흡사한데 적어도 내 부모 이상의 특히 아버지들은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신의 고민은 다시 말하면 치부를 보여주는 것 같은 치명적인 것과 같이.

 

누가 뭐라하는 것도 아니지만 집에 크고 작은 일은 대부분 아버지가 해결해오던게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단단할 것 같던 기둥이 사실은 가장 연약한 어떤 부분을 가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일까

 

내 아버지의 눈물을 본 사람은 그 일이 꽤 오래 기억된다

평생 눈물은 커녕 웃음을 보는 일도 흔하지 않을만큼 표정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무덤덤한 아버지

그러다 별것 아닌 일에 본 그 눈물어린 모습. 참 이 사람도 사람이구나 싶다

 

내 가족은 내가 지켜야 할 피조물.

그렇기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다 만난 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쉽게 등을 보이는 사람들

글쎄. 무엇 때문인지 선뜻 해답을 찾기는 어렵다

 

가정에서의 모습은 이미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사회에서는 그 모습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일까

 

 

지금의 가장의 모습은 더 혼란해졌다

가부장적인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고 해서

'친구'같은 가장의 모습도 한동안은 많이 보였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가상의 모습조차 나는 딱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친구라는 자리도 그렇다

지금의 친구들도 예전처럼 동거동락을 많이 할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의 그런 모습과는 또 다른 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대가 차이가 나는데 친구처럼 억지로 지내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내가 바라는 가장의 모습은

그저 나무와 같은 것이면 좋겠다 싶다

 

어렵게 친구처럼이라고 해서 맞지도 않은 행동이나 하는게 아니라

때가 되면 가만히 들어주고 바라봐 주는 정도면 충분. 아니 노력하는 자세로써 충분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그늘이 되어주고 때로는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되도록이면 그 자리를 오래 지켜줄 수 있는

 

다소 재미도 없고 심심하지만

또 자기 좋을 때로 떠났다가 돌아와도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그런 고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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